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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위에 놓인 시

휴일의 아침

by 산능선 2005. 12. 4.

오랜만의 여유로운 휴일 아침을 맞이 합니다.

전날의 곡차 기운인지 멍한 정신으로 창밖을 내다보다

탄성를 지릅니다.

와우~~~~~ 눈이다... 첫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눈오는 밤에 쓰는 편지

- 박해옥 -

이제는 타인일 뿐이라고

영혼의 영내 출입을 금지 시켰더니

하늘이 아픔을 하얗게 쏟는 밤

남은 것들만으로도

이토록 그리움이 연장되고 맙니다

사람 그리는 일이

한 동안 열중하다 시들해지는

일종의 취미 같진 않음인가

아아! 잔혹하여라

마음이 작아서 못견뎌하던 사람이

모서리 뾰쪽한 꽃을 뿌리며

맨발로 가슴팍을 건너갑니다

옥편 보듯 들여다봤었지만

도무지 해답이 없던......

그대 떨구고 간 꽃씨 같은 몇 마디만

마음에 뿌리를 내려

비밀스런 언어로 남았습니다

사람아 이 밤,

보고 싶다고

얼룩진 언어로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는 밤

날새도록 눈은 저리 퍼붓고

시퍼런 울음통에

,

저토록 눈은 쌓여만 가는데.



겨울날의 연가 / 향일화


궂게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이토록 시달리는 마음이 된 것은

그대 기억 속에서

지우지 못할

사랑을 주기 위해

마음 빼내주던 자리의

진통인가 봅니다

속마음 닿게 하던

편지글에도

다 티내지 못하고 숨긴

마음 얼어붙던 조바심들

그렇게 빠져들던 그리움으로

아파 오던 마음 출혈은

모두 언어가 되어

그대 시선

충혈 되게 하는

사랑이고 싶었습니다.


휴일날의 아침을 이렇게 맞이 합니다..

겨울을 마주할 마음의 준비 아직 못했는데 오늘 첫눈이 와 버렸습니다..

이젠 정말 가는 한해 서서히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세월은 이렇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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