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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위에 놓인 시

바람의 말

by 산능선 2005. 11. 23.

바람의 말

- 마 종 기 -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낙엽 / 안희선


신경쇠약의 세상에서는

죽음으로 부터 사는 길 위에

표적을 세우는 행위가 초라하기만 하다


의도적으로 눈먼 사람들은

최후의 담화에도 별 관심이 없고

그밖의 세인(世人)들은 물웅덩이로 질퍽한 세상에

의미도 없는 돌던지기나 땅가르기에만 열중할 뿐,

근심어린 삶의 주변에서

질곡(桎梏)의 생애를 지나온 체험들은

마땅한 분노가 되지 못하고

단풍 그늘 싸늘한 달빛에 아무런 말이 없다


유일한 욕망이 몸을 떠나는 것처럼

나무 밑 향기 속에

자기 구원의 마지막 눈물을 흘리는 흔적들이

고통을 지나 위로받을 수 없는 삶의 벌판을

슬픈 모습으로 뒤덮고 있어,


흘러 사라지는 생명의 울음소리 가득한 순간에

꿈처럼 대지의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 아픈 영혼은!




그리움 한자락 저 만큼에 두고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리

그리움 한켠에 간직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리

붉디붉은청춘의 시절에 장미빛 같은 사랑 해보지 않은 이 어디 있으리

추억의아련함...

그 속에서

한번쯤 사무치는 그리움에 젖어 보는것도 그리 나쁘진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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