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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위에 놓인 시

무제1

by 산능선 2005. 8. 23.

화단 귀퉁이에 피어난지 꽤 되어 시들만도 하겠거니

했더니 지금도 탱글탱글 싱그럽기만 합니다.

바람부는 날입니다.

바람불어 좋다지만 그리 썩 좋은 날은 아니구요.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도 들리고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도 들리고

적조주의보 내려 졌다는 소식도 들리고

이래저래 뒤숭숭합니다..

그래두 맘만은 즐겁게 시작하렵니다. ^^;

~~~~~~~~~~~~~~~~~~~~~~~~~~~~~~~~~~~~~~

남자가 여자를 업는다는 것

여자를 업어 본 적이 있지요

사랑하는 그녀를 등에 올리고 두 손으로 엉덩이를 받친 채

뒤뚱거리면서 걸어 본 적이 있지요

그녀가 보기보다 무거워 금방 주저앉을 것 같은데도

끄덕 없다고 큰소리쳤지요


남자에게 업혀 본 적이 있지요

가슴을 그이의 등에 대고 두 팔을 뻗어

든든한 양 어께를 힘껏 감싸 안아 본 적이 있지요

그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 부끄러웠지만

더 오래 있고 싶어 "괜찮지, 힘들지 않지" 하면서

어리광을 부렸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업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는 두 사람이 한 걸음으로 걷겠다는 뜻이고,

한 사람의 모든 무게를 내가 감당하겠다는 의미이며,

이 사람에게 내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여행을 떠나세요

호젓한 산길이 나오면 그녀를 업어 보세요

부끄러워하지 말고 업혀 보세요.

단풍보다 더 빨리 사랑이 물들 것입니다

.....좋은생각.....


화단의 채송화도 활짝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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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마음이란 참 이상한 것이지요.

나는 여기 있는데 천 리 밖을 나돌아다니지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극락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지요.

장마철도 아닌데 흐려졌다 맑아졌다.

부뚜막고 아닌데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온도계도 아닌데 높아졌다 낮아졌다.

고무줄도 아닌데 팽팽해졌다 늘어졌다.

몸은 하나인데 염주알처럼 많기도 하지요.

소를 몰듯 내몸을 가만 놔두지 않게 채찍질하다가도

돼지를 보듯 내 몸을 살찌우게 하지요.

마음 문을 열면 온 세상 다 받아들이다가도

마음 문을 닫으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지요..


- 원성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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