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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위에 놓인 시

홀로서기 2

by 산능선 2009.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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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2



1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했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육신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슴에 쓰러지는

노을의 마지막에 놀라며

남은 자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



2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 된다.

너무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가슴 아득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망은 어쩔 수 없고

네 개의 가시로 자신은

완전한 방비를 했다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방비인 것이다



3

나로 인해

고통받는 자

더욱 철저히 고통하게

해 주라.

고통으로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남이 받을 고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아닌 것은 아닌 것일 뿐

그의 고통은

그의 것이다.

그로 인해 일어난 내 속의 감정은

그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 뿐

아닌 것은 언제나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은

옳은 길을 걸은 것이다.



4

나의 신을 볼

얼굴이 없다.

매일 만나지도 못하면서

늘 내 뒤에 서 있어

나의 긴 인생길을 따라다니며

내 좁은 이기심과 기회주의를

보고 웃으시는 그를, 내

무슨 낯을 들고 대할 수 있으리.

부끄러움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지만

자랑스레 내어놓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기에

좀더 살아

자랑스러운 것 하나쯤

내어 보일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신 있게 신을 바라보리라 지만,

언제가 되어질지는, 아니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겠기에

<나>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오늘

나를 사랑해야 할 것인가, 나는



5

나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으로

어두운 지하 심연에

영원히 홀로 있게 된대도

그 모두

나로 인함이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으리

내 사랑하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 유황불에 타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있는 그

어디에도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벅찬데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든

신의 또 다른 뜻은 무엇일까

.

.

- 서 정 윤 -



그 바다에 가면 폭풍전야 같은날만 있는게 아니라, 이런 날도 있습니다.

이런 날엔

아련한 마음들이 숨 죽여 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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