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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위에 놓인 시

홀로서기 1

by 산능선 2008.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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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1



홀로서기 1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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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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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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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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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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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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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 서 정 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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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하는 그 친구에게 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네...

멋진 사진도...

가슴 따뜻한 마음의 글도...

이렇게나마 시인의 글로 대신하지만

잘 해내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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