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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위에 놓인 시

인생의 오후에는

by 산능선 2008.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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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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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같은 해를 등지고
유구悠久의 꾸부정한 허리춤께
한발 앞서 긴 그림자 터벅이는 생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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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톨의 씨앗이 움트고
멀리 더 멀리 높이 더 높이 날아올라
젊음 지천으로 흩날리던 혈기 어이하고
허허로운 인생의 오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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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에 급급하여 하루를 채찍 했거나
부와 명예에 목숨 걸지 않았고
그렇다하여 빈둥대지도 않았건만
하 많은 것들이 숱하게 아쉽더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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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흐를 줄만 아는 강물이여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아는 세월이여
골 깊은 주름일랑 메워보자 않으려니
고장 난 태엽시계처럼 잠시 쉬어가면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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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만 있다면
세상 밖에서의 눈에 비쳤던
성냥갑만한 안식처 그 찰나에 소름 돋던
아름다운 이 강산 굽이굽이
구름처럼 물처럼 흘러보면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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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던 나무가 가으내
그토록 신열 오른 이유를
인생의 간이역 잠시 쉬어갈수 있다면
오만의 둘레 겹겹 벗겨내고
섬유질 앙상한 겨울나무의 의미를 되새기리

- 김 설 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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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오후쯤엔 어떤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 있을까?

그도저도속물이 아닌 넉넉한 모습이었음 싶다.

그 바램이 바람같은 희망일지라두....